
방콕이 동남아 여행지 중 쉬운 편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처음 발을 디뎠는데, 막상 가보니 도시 규모에 먼저 압도당했습니다. 볼 것도, 먹을 것도, 갈 곳도 너무 많아서 며칠짜리 일정으로는 솔직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처음 방콕을 여행한다면 교통수단 선택부터 관광 동선까지 미리 알고 가는 게 시간을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방콕 교통수단, 뭘 타야 덜 고생할까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Suvarnabhumi Airport)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방법은 크게 공항 철도, 택시, 버스 세 가지입니다. 공항 철도는 시티 라인(City Line)이라고 불리는 노선으로, 파야타이 역까지 연결되어 요금도 저렴하고 시간도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시티 라인이란 수완나품 공항과 방콕 시내 주요 역을 연결하는 공항 전용 철도 노선을 의미하며, 일반 지하철과는 별도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타봤는데, 대부분의 여행자가 저녁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서 현실적으로 택시를 타게 됩니다. 공항 1층 출구에서 공식 미터 택시를 타면 되는데, 미터 택시란 기사가 임의로 요금을 정하는 게 아니라 계량기(미터기)로 요금이 자동 산정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흥정 없이 미터를 켜달라고 하면 됩니다. 공항 이용료 50바트와 고속도로 통행료가 추가되지만, 그래도 400~600바트 선에서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시내에서 이동할 때는 BTS 스카이트레인(BTS Skytrain)을 적극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BTS 스카이트레인이란 방콕 시내를 고가 철로로 연결하는 경전철 시스템으로,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지상 교통 체증을 완전히 피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방콕 낮 시간대 도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힙니다. 그랩(Grab)이나 택시로 30분 거리를 두 시간 넘게 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뚝뚝이(Tuk-tuk)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흥정도 해야 하고 요금도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 짧은 이동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습니다.
방콕 교통수단별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BTS 스카이트레인: 시내 이동 시 가장 효율적, 요금 저렴, 정시성 높음
- 그랩(Grab): 앱으로 미리 요금 확인 가능, 짐이 많거나 동반자가 있을 때 유리
- 미터 택시: 공항 이동 시 적합, 반드시 미터기 사용 확인
- 수상 버스(Chao Phraya Express Boat): 짜오프라야 강변 관광지 이동 시 저렴하고 빠름
- 뚝뚝이: 단거리 또는 체험 목적으로만 권장
왕궁과 왓포, 둘 다 가야 할까
방콕 처음 방문자라면 누구나 왕궁(Grand Palace)과 왓포(Wat Pho)를 묶어서 일정에 넣습니다. 두 곳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서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왕궁은 짜끄리 왕조의 공식 궁전으로, 내부에 왓 프라깨우(Wat Phra Kaew), 즉 에메랄드 사원이 함께 있습니다. 왓 프라깨우란 태국 왕실의 수호 사원으로, 에메랄드색의 옥불상이 안치되어 있는 태국 불교의 성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왕궁 경내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무엇보다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방콕의 낮 기온은 체감 40도를 넘는 날도 많은데,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걸어 다니다 보면 관람보다 더위와 싸우는 데 에너지를 다 쓰게 됩니다. 태국 관광청(Tourism Authority of Thailand) 공식 안내에 따르면 왕궁 입장 시 복장 규정(드레스 코드)이 엄격하게 적용되며, 반바지나 민소매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합니다(출처: 태국 관광청). 이 드레스 코드란 특정 장소에서 요구되는 복장 기준을 말하는데, 현장에서 천을 빌려주긴 하지만 번거로우므로 미리 긴 바지를 챙겨가는 게 낫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개장 시간인 오전 8시에 맞춰 바로 입장하는 것입니다. 오전에 왕궁을 빠르게 둘러보고, 조금 더 걸어서 왓포로 이동하면 한낮 더위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습니다.
왓포에 가면 와불상(Reclining Buddha)의 크기에 먼저 압도됩니다. 길이 46미터, 높이 15미터에 달하는 이 불상은 처음 보는 순간 "이게 실내에 있다고?" 싶을 정도로 공간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사진으로 아무리 많이 봐도 실제 크기감은 절대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왓포는 태국 전통 의학 마사지(Nuad Thai)의 발상지이기도 한데, 누아드 타이란 태국 고유의 전통 치료 마사지 기술로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개인적으로는 왕궁과 왓포를 모두 보겠다고 욕심내기보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왓포 한 곳을 천천히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왕궁은 규모에 비해 내부 관람 포인트가 한정적인 반면, 왓포는 와불상 외에도 경내 곳곳에 세워진 체디(Chedi), 즉 불탑들이 사진 배경으로 훌륭해서 여유롭게 걷기 좋습니다.
마하나콘 전망대, 날씨 확인부터 하고 예약하세요
방콕의 랜드마크가 된 마하나콘 빌딩(King Power Mahanakhon)은 높이 314미터로 방콕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외벽이 픽셀(pixel) 형태로 잘려나간 듯한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78층 전망대에 올라가면 360도 파노라마 뷰(panoramic view), 즉 사방이 막힘 없이 펼쳐지는 전방위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전망대의 핵심 체험은 스카이워크(Skywalk)입니다. 스카이워크란 건물 외벽에 설치된 투명 유리 바닥 위를 걷는 체험 시설로, 발아래로 방콕 시가지가 그대로 내려다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평소 높은 곳을 잘 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발밑이 훤히 보이는 투명 바닥 위에 서면 다리가 살짝 떨립니다. 그 느낌이 오히려 재미있어서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단, 반드시 알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온 직후에는 스카이워크 체험이 운영되지 않습니다. 방콕은 우기에는 갑작스러운 스콜이 자주내리는데, 맑은날 예약했다가도 당일 소나기가 내리면 스카이워크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날씨예보를 꼼꼼히 확인하시고 건기(11월~4월) 일정에 넣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날씨가 받쳐줘야 하는 건 당연하고, 무엇보다 투명 바닥 체험 자체를 못 하고 내려오면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방콕 여행을 처음 계획하는 분이라면 일정을 타이트하게 짜는 것보다 하루에 두세 곳 정도를 여유 있게 둘러보는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더위 속에서 억지로 동선을 채우다 보면 중간에 지쳐버리고, 결국 여행의 질이 떨어집니다. 왕궁과 왓포는 오전 일찍, 마하나콘은 맑은 날 오후 늦게, 이 두 가지 원칙만 지켜도 방콕 여행의 절반은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