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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 여행 (화이트 템플, 블루 템플, 블랙하우스)

by view92345 2026. 4. 6.

치앙라이여행

 

태국 북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치앙라이에서 뭘 봐야 하지?"라는 질문 앞에 막막했던 적 있으시지 않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방콕이나 치앙마이에 밀려 치앙라이를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다녀와 보니, 이 세 곳만큼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화이트 템플, 블루 템플, 블랙하우스(반담뮤지엄) — 색깔은 달라도 저마다의 메시지가 분명한 공간들이었습니다.

화이트 템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곳에 담긴 뜻

"사진으로 봤는데 별거 있겠어?" 싶었는데, 막상 눈앞에 나타난 순간 입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멀리서 봐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선글라스가 왜 필수인지 알았습니다. 방문 전에 꼭 챙겨 가시길 권합니다.

화이트 템플의 공식 명칭은 왓 롱쿤(Wat Rong Khun)입니다. 태국 현대 예술가 찰레름차이 코싯피팟(Chalermchai Kositpipat)이 1997년부터 자비로 짓기 시작한 곳으로,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미완성 건축물입니다. 여기서 왓(Wat)이란 태국어로 사원을 의미하는 단어로, 태국 전통 불교 건축물을 가리킵니다.

사원 전체를 감싸는 흰색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흰색은 부처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색채 상징론(Color Symbolism)에 따른 것으로, 색채 상징론이란 특정 색깔에 종교적·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적 표현 방식을 말합니다. 거울 모자이크와 흰 대리석으로 뒤덮인 외벽이 빛을 반사하도록 설계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원 입구에서 마주치는 수십 개의 손 조각은 처음엔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손들은 욕망, 집착, 분노 같은 감정을 상징하며, 이를 지나야 비로소 깨달음의 공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윤회사상(Samsara)을 담고 있습니다. 윤회사상이란 생명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순환을 반복한다는 불교의 핵심 교리입니다. 사원으로 향하는 다리가 둥글게 설계된 것도 바로 이 윤회의 흐름을 건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내부 벽화에는 슈퍼히어로와 헬로키티 같은 현대 대중문화 아이콘이 등장해서 처음에는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대인이 사는 이 세상이 곧 수행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입니다. 하얄 것만 같던 사원 안에 황금색 건물이 있다는 것도 방문 전엔 몰랐는데, 이 황금색은 세속적 욕망과 물질에 집중하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합니다. 흰 본당과의 대비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이트 템플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햇빛에 외벽이 강하게 반사되므로 선글라스 필수
  • 내부 촬영이 금지된 구역이 있으니 사전 확인 필요
  • 공사가 현재진행형이므로 방문 시기에 따라 보이는 구역이 다를 수 있음
  • 황금색 화장실 건물도 놓치지 말 것 (사원의 상징 구조물 중 하나)

블루 템플: 파란 침묵 속에서 잠깐 멈추게 되는 곳

화이트 템플의 화려함에 감탄하고 나서 블루 템플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하게 말이 줄어들었습니다. 온통 파란색인데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느낌이랄까요. 저도 처음엔 "파란 사원이면 그냥 파란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서니 그 색의 깊이가 달랐습니다.

블루 템플의 공식 명칭은 왓 롱쓰아텐(Wat Rong Suea Ten)입니다. 화이트 템플을 만든 찰레름차이의 제자가 완성한 곳으로, 스승의 손길을 받은 건축 철학이 미묘하게 닮아 있으면서도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사당 안 역시 여러 톤의 파란색이 겹겹이 쌓인 채색 기법(Polychrome Technique)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폴리크롬 기법이란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조화롭게 배치해 시각적 깊이를 만들어 내는 전통 장식 기법을 가리킵니다. 금색 장식이 그 위에 얹히면서 마치 파란 바다 위에 뭔가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저는 이 조합이 화이트 템플보다 더 몽환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태국관광청(TAT)에 따르면 치앙라이는 태국 북부 최대의 불교 문화유산 밀집 지역 중 하나로, 사원 건축물들이 종교적 기능과 현대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출처: 태국관광청). 블루 템플이 치앙라이의 대표 명소로 빠르게 자리 잡은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블루 템플 뒤편에는 왓 프라 탓 깻 깨우 쭐라 마니(Wat Phra That Ked Kaew Chula Mani)라는 높이 20m의 흰 사리탑이 있습니다. 사리탑(Chedi)이란 불교에서 고승의 유골이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세운 탑 형식의 건축물로, 이곳에는 태국 최고 원로 스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된다면 뒤편까지 꼭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블랙하우스(반담뮤지엄): 어두운데 왜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될까

솔직히 처음엔 좀 무서웠습니다. 검은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안에 들어가면 동물 뼈와 가죽, 뿔이 진열돼 있으니까요. 제 경험상 이건 힐링 여행을 기대하고 간다면 분명 호불호가 갈립니다. 저처럼 밝고 가벼운 걸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담뮤지엄(Baan Dam Museum)은 치앙라이 출신 예술가 타완 다차니(Thawan Duchanee)의 평생 작업을 한 공간에 풀어놓은 곳입니다. 태국어로 '반(Baan)'은 집, '담(Dam)'은 검다는 뜻이니 글자 그대로 '검은 집'입니다. 2014년 타완 다차니가 별세하기 전까지 직접 조성한 곳으로, 40여 개의 크고 작은 건물 안에 그림과 조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타완 다차니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그림자(Shadow Self)였습니다. 그림자 자아란 심리학에서 칼 융(Carl Jung)이 제시한 개념으로, 인간이 의식적으로 억압하거나 외면하는 어두운 내면의 면모를 가리킵니다. 동물의 뼈와 가죽이 죽음과 본능을 상징하는 오브제(Objet)로 배치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오브제란 예술 작품에서 특정 의미나 감정을 유발하기 위해 일상적 사물을 배치한 것을 말합니다.

유네스코(UNESCO)가 문화적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예술가의 삶과 철학이 반영된 장소 기반 예술(Site-Specific Art)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습니다(출처: UNESCO). 반담뮤지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보통 40분에서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전시물이 강렬한 편이라 빠르게 훑기보다는 쉬엄쉬엄 감상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진 찍기에 급급하기보다 건물 하나하나의 분위기를 느끼며 걷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많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치앙라이를 처음 여행한다면 이 세 곳의 순서를 화이트 템플 → 블루 템플 → 블랙하우스 순으로 잡는 것을 권합니다. 빛나는 곳에서 시작해 고요함을 지나 어둠까지 경험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블랙하우스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호불호가 분명한 공간이니,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선호하신다면 앞의 두 사원만으로도 치앙라이 여행은 충분히 풍성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치앙라이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dxSQ-phv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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