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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여행 (도이수텝, 왓 체디 루앙, 타 페 게이트)

by view92345 2026. 4. 6.

치앙마이 여행

 

치앙마이를 처음 계획할 때 "방콕이랑 뭐가 다르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란나 왕국의 유적과 현대 도시가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도이수텝 황금 사원부터 왓 체디 루앙의 거대한 체디, 그리고 올드타운의 이정표 타 페 게이트까지, 제가 직접 발로 걸으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

도이수텝: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황금 사원

치앙마이 여행에서 도이수텝을 빠뜨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낮에 한 번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후 4시 이후에 다시 올라간 것이 이 여행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치앙마이 시내가 주황빛으로 물들고, 황금 체디(Chedi)가 저녁 조명을 받아 빛나는 장면은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여기서 체디란 불교에서 부처나 고승의 유골, 혹은 성물을 모시기 위해 세운 탑 형태의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불교 문화권의 성스러운 봉안탑입니다.

도이수텝 정상에 자리한 왓 프라탓 도이수텝 사원은 해발 1,035m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원 입구까지 도착한 뒤에는 나가(Naga)가 양옆을 지키는 306개의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나가란 인도 신화와 불교에 등장하는 거대한 뱀 형태의 신성한 존재로, 사원이나 왕궁 입구를 수호하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유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제 경험상 계단을 직접 걸어 올라가야 입구 주변의 초록빛 산세와 사원의 웅장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원 내부에는 황금 체디를 중심으로 33개의 종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든 종을 하나씩 울리면 복을 내린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실제로 많은 방문객들이 정성껏 종을 하나하나 치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태국인들에게 살아있는 신앙의 공간임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 사원은 수코타이 승려가 가져온 부처의 유골 즉 불사리(佛舍利)를 모시기 위해, 하얀 코끼리가 세 번 울고 숨을 거둔 장소에 지어졌다는 전설로도 유명합니다. 불사리란 부처가 열반에 든 뒤 화장 과정에서 나온 유골을 가리키며, 불교에서는 최고의 성물로 여겨집니다.

도이수텝 방문 시 참고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중교통으로 정상까지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차량 포함 투어 상품 이용을 권장합니다
  • 야경을 보려면 오후 4시 이전에 도착해 일몰 시간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 사원 내부 입장 시 복장 규정(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복장)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 계단 이용 시 약 10~15분 소요되며, 운동화 착용을 추천합니다

왓 체디 루앙: 지진이 멈춰놓은 시간

왓 체디 루앙은 치앙마이 올드타운 안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곳입니다. 이름 자체가 '큰 탑이 있는 사원'이라는 뜻인데, 막상 눈앞에 서면 그 이름이 얼마나 절제된 표현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사원 앞에 섰을 때, 상단부가 무너진 채 남아있는 체디의 모습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결손된 형태 자체가 역사의 흔적이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사원의 체디는 건축 당시 90m에 달했으나, 1545년 대지진으로 상단부 약 30m가 무너졌습니다. 현재는 약 60m만 남아 있으며, 1992년에 주변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체디 자체의 복원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복원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역사적 진정성을 보존하는 방식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손을 덜 댈수록 유적의 무게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사원의 역사적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란나 왕국(Lanna Kingdom)의 7대 통치자 센 무앙 마 왕이 아버지 쿠나 왕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건설한 곳입니다. 란나 왕국이란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태국 북부 지역을 지배했던 독립 왕국으로, 치앙마이를 수도로 삼았던 문화적으로 독자적인 왕조를 말합니다. 이 왕국의 유산이 치앙마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태국 문화라고 뭉뚱그리기보다는 '란나 문화'라는 별도의 층위로 이해하는 것이 이 도시를 더 깊이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은, 왓 체디 루앙에는 원래 에메랄드 불상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그 에메랄드 불상은 방콕의 왓 프라깨우로 옮겨졌고, 현재 사원에는 높이 8m의 황금 입불상과 12간지 동상, 코끼리 조각 등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사원 경내에는 '성록(聖木)'이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 세 그루가 있는데, 이 나무가 쓰러지면 치앙마이가 쇠락한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집니다. 태국 문화청에 따르면 왓 체디 루앙은 국가 지정 유적지로 관리되고 있으며, 매년 5~6월에는 인타낀 페스티벌(Inthakin Festival)이 사원 주변에서 열립니다(출처: 태국 문화부 문화예술청).

타 페 게이트: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는 문

타 페 게이트(Tha Phae Gate)는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여행할 때 사실상 출발점이 되는 곳입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 중에는 "그냥 오래된 성문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서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오전에 갔을 때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성벽 앞에 조용히 서 있을 수 있었는데, 그 순간 이 성문이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출입을 지켜봤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 나게 느껴졌습니다.

타 페 게이트는 과거 치앙마이를 에워쌌던 성벽의 다섯 개 문 중 하나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원형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란나 왕국이 치앙마이를 수도로 지정하던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후 시간대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혼잡해지기 때문에, 이른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는 데 훨씬 낫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두 시간대를 모두 가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이곳이 단순한 포토존을 넘어서 치앙마이의 문화적 중심축이기도 합니다. 매주 일요일에는 타 페 게이트를 시작점으로 왓 프라싱까지 약 1km 거리에 선데이 마켓이 열립니다. 선데이 마켓이란 현지 수공예품, 길거리 음식,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대규모 야시장으로, 치앙마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말 시장 중 하나입니다. 또한 성문 앞 광장은 태국의 대표 물 축제인 쏭크란(Songkran)과 하늘에 등불을 날리는 이펑(Yi Peng) 축제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태국 관광청(TAT)에 따르면 이펑 축제 기간에는 치앙마이로만 수십만 명의 여행객이 몰리는 것으로 집계됩니다(출처: 태국 관광청).

왓 프라싱도 타 페 게이트에서 멀지 않아 함께 방문할 수 있습니다. 14세기 란나 왕국의 마하프롬 왕이 지은 이 사원은 란나 양식(Lanna Style)의 전형적인 건축물로 꼽힙니다. 란나 양식이란 정교하게 조각된 목조 장식과 금박 치장이 특징인 태국 북부 고유의 건축 양식을 말하며, 기둥 배치나 내부 공간 구성이 유럽 성당 건축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치앙마이 여행에서 이 세 곳을 모두 가봤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이수텝을 오후 늦게 다시 올라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낮에만 보고 "다 봤다"고 생각했다면 분명 아쉬움이 남았을 겁니다. 왓 체디 루앙은 예쁘게 복원된 유적보다 훨씬 묵직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고, 타 페 게이트는 이른 오전에 방문해야 제 매력이 살아납니다. 처음 치앙마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세 곳만큼은 동선과 시간대를 꼼꼼하게 짜고 가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NNf-jFXp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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